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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말모이」 (우리말, 일제 강점기, 언어 사랑)

by 레드민트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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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 포스터 사진
<말모이> 포스터 사진

 

영화 『말모이』는 2019년 개봉한 실화 기반 영화로,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펼쳐진 우리말 사전 편찬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장 독립투쟁이 아닌, 언어를 지키기 위한 조용하지만 치열했던 저항을 담아낸 이 영화는, 한글을 당연하게 누리는 오늘날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말모이』가 전하는 우리말의 가치, 조선어학회의 실화, 그리고 감동 실화로서 이 영화가 현대 사회에 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 ‘말’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모이」

『말모이』의 배경은 1940년대 초 일제강점기, 조선어가 점점 금지되던 시기입니다. 조선총독부는 ‘내선일체’를 명분으로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고, 학교 교육과 공공기관, 일상생활에서도 일본어만 사용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때 조선어학회는 민족 정체성의 최후 보루인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조선말 큰사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은 실존 인물들의 활약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김판수(유해진 분)’는 실존 인물인 이윤재, 이극로 선생 등의 활동을 모티브로 한 가상의 인물입니다. 글도 못 읽던 평범한 판수는 조선어학회 사무실에서 잡무를 맡으며 차츰 ‘말모이’ 운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동참하게 됩니다. 그의 성장은 영화의 중심 서사이자 관객의 감정선을 이끄는 핵심 요소입니다. 말모이란 ‘말을 모은다’는 순우리말로, 말과 문장을 하나씩 채집하고 기록하여 정리하는 사전 편찬의 초기 단계를 의미합니다. 영화 속에서 판수와 학회 인물들이 전국을 다니며 수집한 우리말들은, 단지 언어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삶, 문화, 정신이 담긴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실화 기반의 감동: 조선어학회와 한글의 지키는 싸움

『말모이』는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철저한 역사적 사실과 실존 단체인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조선어학회는 현재 국립국어원의 전신으로, 당대 최고의 언어학자들과 교사들이 모여 ‘조선말 큰사전’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사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제는 조선어를 금지하며 조선어학회를 불법 단체로 간주했고, 결국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이라는 명목으로 학회 관계자 33명을 체포·구금합니다. 이들은 장기간 고문을 당했고, 이 중 이윤재 선생은 고문 후유증으로 옥중 순국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영화 『말모이』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사전을 만들기 위한 각고의 노력, 외세의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자료를 보관하는 과정, 그리고 체포와 고문까지… 영화는 실제 역사와 드라마를 잘 결합하여 사전 편찬이라는 조용한 투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위대한 일이었는가를 보여줍니다. 또한 ‘말은 곧 민족의 정신’이라는 대사가 관통하듯, 조선어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언어 하나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 민족이 누구인가를 지켜내는 싸움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언어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담은 문화 그 자체임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말모이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말모이』는 과거의 역사이자, 동시에 오늘날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품은 영화입니다. 지금 우리는 스마트폰, SNS, AI 번역기까지 사용하는 시대를 살며, 말과 글이 넘쳐나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상 속에서 점점 줄어드는 우리말 어휘, 사라져 가는 방언, 단순화되고 변형되는 언어들은 말모이 운동의 본질과 다시 연결되는 지점입니다. 2030 세대를 포함한 현대인에게 『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것이 단순히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말의 소중함을 알고,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이해하며, 일상 속 언어생활을 성찰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글날이나 역사 수업, 국어 교육의 보조 자료로도 널리 활용되며, 우리말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에게는 한글의 탄생보다 한글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며, 성인에게는 ‘내가 사용하는 말이 어디서 왔는가’를 되묻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영화 속 말모이 운동은 1940년대 조선어학회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언어 다양성과 문화 정체성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에서 『말모이』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닌, 지금 우리가 이어가야 할 이야기입니다.

『말모이』는 언어를 통해 민족의 정신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말이라는 작은 씨앗 안에 담긴 거대한 역사와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오늘날의 우리가 말과 글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말모이』를 다시 보는 것은, 과거를 기리는 일이자 미래를 위한 다짐입니다. 한글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오늘,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데서 우리의 언어사랑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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