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음을 탐험하는 사람들, 타나토노트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항상 1번으로 얘기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최애 작품을 소개합니다. 여러 시리즈가 있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느낌이나 감정들이 다른 책들보다 더 많이 감동이었어요.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죠 ^^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독창적인 상상력과 철학적 깊이를 통해 현대 문학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온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타나토노트(Les Thanatonautes)』는 그 이름부터 인상적입니다. "타나토노트"란, 그리스어로 ‘죽음’을 뜻하는 ‘타나토스(Thanatos)’와 ‘탐험가’를 뜻하는 ‘노트(Nautes)’의 합성어로, ‘죽음을 탐험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죽음이라는 인류 최대의 미지 영역을 과학적으로 탐사하려는 시도를 그린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미카엘 팽송. 그는 의사이자 과학자이며, ‘죽음의 영역’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입니다. 그와 함께 하는 동료들과 정치인들은 죽음을 새로운 ‘대륙’으로 보고, 인간의 의식을 이용해 그곳으로 접근하는 실험을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등장하는 이들이 바로 ‘타나토노트’입니다. 이들은 마치 우주비행사처럼, 육체는 지구에 남긴 채 정신만을 죽음의 세계로 보내 탐험하게 됩니다. 그들의 여정은 환생과 천국, 윤회와 카르마 등 다양한 문화권의 사후세계 개념과 얽히면서 점점 신비로운 철학적 세계로 확장됩니다.
2. 죽음에 대한 과학적 상상과 철학적 통찰
『타나토노트』는 단순히 사후세계를 그려내는 환상소설이 아닙니다. 이 소설은 매우 치밀하고 논리적인 전개를 통해, 죽음을 하나의 ‘탐험 가능한 공간’으로 가정합니다. 주인공들은 임사체험(NDE)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탐사하고 기록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고 식민화하는 15~16세기 유럽의 대항해시대와 흡사합니다. 과학자와 종교인, 정치인과 언론인, 대중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충돌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자 거울처럼 읽힙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죽음의 세계가 층위적으로 나뉘어 있다는 설정입니다. 죽음 후에 의식은 여러 단계를 거쳐 천국에 도달하며, 각 단계마다 다양한 시련과 진실, 자기 성찰이 요구됩니다. 인간은 생전에 쌓은 카르마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며, 어떤 이는 환생을, 어떤 이는 해탈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러한 설정은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적 관점을 융합한 결과이며,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통합적 사유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또한 소설 곳곳에 삽입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형식의 짧은 지식 단편들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이야기 소비를 넘어서 인문학적 사유를 하게 만듭니다. 죽음, 영혼, 천사, 윤회, 역사적 인물, 철학자들의 죽음관 등에 대한 정보들은 마치 하나의 지적 퍼즐을 맞추듯 소설의 맥락을 보완하고 풍성하게 만듭니다.
3. 『타나토노트』가 던지는 궁극의 질문
『타나토노트』는 단순한 SF도, 철학서도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지식소설’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는가?’ ‘인간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독자가 책장을 넘기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화두입니다. 소설 속 타나토노트들이 죽음의 세계를 여행할수록 그들의 삶 또한 바뀌어갑니다. 죽음의 본질을 알게 되면 삶의 본질 역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우리는 타나토노트가 되어 ‘죽음의 세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험하게 됩니다. 베르베르 특유의 유머와 위트도 이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만들어 줍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죽음을 해석하는 문화와 전설, 믿음들이 등장하며,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미지의 영역’으로 재조명하게 됩니다. 이로써 독자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4. 『타나토노트』 이후 세계관과 확장
『타나토노트』는 단독 소설이기도 하지만, 베르베르가 그리는 ‘죽음 이후 세계’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후 『천사들의 제국』과 『신들의 숨결』로 이어지는 이 시리즈는, 『타나토노트』의 철학과 설정을 더 깊이 확장시킵니다. ‘죽음 → 천사 → 신’이라는 위계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궁극적 진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 연작은,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사유의 여운을 길게 남기는 작품들입니다. 또한 『타나토노트』는 베르베르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확립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소설 속 이야기와 ‘지식의 백과사전’ 형식의 짧은 단편을 교차 배치하는 이 구조는 이후 베르베르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반복되며, 그의 문학 세계의 뼈대를 이룹니다.
5. 맺으며 –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다
『타나토노트』는 죽음을 두려움이 아닌 탐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파격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독자에게 철학적 통찰과 인문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베르베르의 문학은 언제나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누구이며, 왜 존재하며, 죽은 뒤에는 어디로 가는가. 『타나토노트』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주진 않지만, 그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 떠나는 동반자 같은 책입니다. 죽음을 알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듭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삶에 지치고,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다면, 『타나토노트』는 분명 당신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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